사흘 째 아침에는 여섯 시에는 출발하려고 일찍 일어나 서둘렀다. 다섯 시경에 일어나 아침을 먹고, 깜깜한 어둠 속에 길을 나섰다. 이미 출발한 사람들은 천왕봉 쪽으로 간듯 연하천대피소에서 바로 시작되는 계단에는 발자국 하나 없이 하얀 눈이 적당한 두께로 펴져있다. 너무 껌껌해서 좀 섬찟한 느낌이었다. 좀 올라가는데 뒤에서 헤드랜턴 불빛이 출렁여서 보니 젊은이가 올라온다. 좀 더 올라가다 한켠으로 비켜섰다. 가며 보니 그 친구의 발자국이 나를 인도하고 있었다. 눈이 쌓여 길이 잘 안 보이는데 앞선이의 발자국이 훌륭한 길잡이를 한다. 밤에 묵은 방이 명선봉이어서 찾아보고 연하천에서 조금만 가면 된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어디가 어디인지 모를 어둠 뿐이어서 알 수가 없었다. 토끼봉 가까이 올라서 한 사람과 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