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흘 째 아침에는 여섯 시에는 출발하려고 일찍 일어나 서둘렀다.
다섯 시경에 일어나 아침을 먹고,
깜깜한 어둠 속에 길을 나섰다. 이미 출발한 사람들은 천왕봉 쪽으로 간듯 연하천대피소에서 바로 시작되는 계단에는 발자국 하나 없이 하얀 눈이 적당한 두께로 펴져있다.
너무 껌껌해서 좀 섬찟한 느낌이었다. 좀 올라가는데 뒤에서 헤드랜턴 불빛이 출렁여서 보니 젊은이가 올라온다.
좀 더 올라가다 한켠으로 비켜섰다. 가며 보니 그 친구의 발자국이 나를 인도하고 있었다.
눈이 쌓여 길이 잘 안 보이는데 앞선이의 발자국이 훌륭한 길잡이를 한다.
밤에 묵은 방이 명선봉이어서 찾아보고 연하천에서 조금만 가면 된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어디가 어디인지 모를 어둠 뿐이어서 알 수가 없었다.
토끼봉 가까이 올라서 한 사람과 비끼고는 토끼봉에 올랐다. 봉우리를 지나며 철쭉이 빽빽하니 봄이면 장관일듯 하다.
화개재 못 미쳐서는 화엄사에서 온다는 분과 스쳤다.
화개재에서는 바로 산 위로 이어지는 기나긴 나무 계단이 무식하게 계속 이어진다.
쉬엄쉬엄 올라 탁 터지는 전망을 보고 조금 더 가는데 웬 여성이 혼자서 다가온다. 여자 혼자 당당히 걸어온다.
이어 목전에서 까마귀가 까악까악 울어대니 기분이 언짢아져서 퉤퉤 침을 세 번 뱉었다.
그런데 더 가까이에 이름 모를 통통한 두 주먹만한 새가 나뭇가지 사이에 나타났다가 사라진다.
조금 더 가니 그 유명한 황동색의 삼도봉 표지인 삼각주철이 보인다.(이를 표지석이라고 해야하나, 표지철이라 해야하나 모르겠다.)
이 삼각 받침대에는 “三道를 낳은 봉우리에서 전북·경남·전남 도민이 서로 마주보며 天·地·人 하나 됨을 기리다. 1998년 10월”이라는 글이 양각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삼도봉-반야봉-만복대-고리봉-성삼재-종석대로 이어지는 럭비공 모양의 162 제곱킬로미터나 되는 넓은 지역이 서울대 학술림이라는 안내판이 있습니다.
또 바로 앞에 반달가슴곰 출현을 경고하는 플랭카드가 있고, 등산로인데 출입금지 표지도 있습니다.
산봉우리로 안 올라가고 옆으로 빙돌아서 가니 노루목 이정표에 90도 우회전으로 올라가면 반야봉이라는 표시가 있더군요. 아까 막은 등산로로 가면 반야봉으로 갈수 있는 길인 모양입니다.
한참을 가다보니 길 가운데에 쉼터가 있고 청년 서너명이 춥게 으시리고는 햄버거 같은 걸 먹고 있더군요.
임걸령 쯤 가니 길 옆에 평상이 놓여 있어서 잠시 쉬며 물 한 모금 마셨습니다.
계속 그랬지만 걸으며 기운이 떨어지는듯 하면 미니초코바나 연갱 등을 먹었지요. 효과 있습니다.
자전거 탈 때도, 동호회에 보면 봉크가 오기 전에 탄수화물을 보충하라는 말들이 심심치 않게 올라오고
이를 무시하다 봉크가 와서 란도너 등에서 기권했다는 글들이 종종 올라오곤 합니다.
지치기 전에, 퍼지기 전에 미리 에너지를 보충해야합니다.
멀리 노고단 정상이 유장하게 보이는데요.
길은 엉뚱하게 정상으로 안 가고 우측으로 빙 둘러서 노고단고개로 보냅니다.
여기서 노고단을 오르려면 입산 신청을 해야하는 모양입니다. 산채 입구 같은 초소를 들어서면 왼쪽으로 노고단 출입신청을 하는 사무실 건물이 있습니다.
우측으로는 높고 커다란 돌탑이 있습니다.
초소에 있는 아저씨에게 종석대에 갈 수 있냐고 물으니 안 된다고 하더라구요.
한 바퀴 둘러보고는 바로 돌계단으로 내려갔습니다. 노고단대피소입니다. 사흘에 걸친 지리산 종주가 끝나는 실질적인 순간입니다. 대피소 문을 열고 들어가서 창문 앞에 놓인 스탬프를 찍었습니다.
이후는 돌계단으로 내려서니 도로를 타고 성삼재 출구까지 죽 평탄한 길입니다.
그린폰인트를 적립하라는 안내판을 보고 사무실 문을 미니 잠겨 있어서 사무실에 전화하여 말하니 1kg을 적립해주네요.
하긴 사흘 동안 먹은 쓰레기를 알뜰하게 챙겨왔으니 그 정도는 될듯 합니다. 그러나 뭔가 주먹구구라는 느낌은 지울수 없었습니다.
<국립공원 산행정보> 앱에 있는 “그린포인트”는 열리지가 않습니다. 게시판에 글을 올리기도 하고 유선 통화하면 해결책을 강구할수 있을거라해서 통화까지 했지만 단순 통화가 되었습니다. 앱을 만든 업체에 말해서 고치겠다는 말을 듣는게 다 였습니다. 안드로이드 앱은 잘 작동하는데요. 아이폰 앱이서인지 이 모양입니다.
점심을 먹으려고 성삼재휴게소에 가니 안팎이 휑뎅그렁하니 망한듯한 모습입니다.
아래로 보이는 풍경을 사진으로 담고, 구례 택시를 불렀습니다.
30분 걸린다더니, 빨리 오겠다고 하더니 한 식경만에 온 듯합니다.
구례 버스터미널 근처에서 점심을 먹고는 버스를 타고 귀가 길에 올랐습니다.
원래는 1박2일, 벽소령대피소 1박으로 잡은 계획이 종아리와 허벅지 경련으로 꼬이면서 2박3일로 바꼈습니다.
한겨울 깜깜한 새벽에 더듬거리며 시작한 등산이 천왕봉 이후 눈발을 맞으며 상고대를 지겹도록 보며 사서한 지리산 종주였습니다. 평범한 인생에 언제 이런 풍광을 즐기며 지리산 줄기를 걸어보겠습니까? 나름 고즈넉한 산 속을 걷는 것도 의미가 있습니다.
첫글 말미에 썼지만 설 연휴에 설악산 서북능선과 공룡능선을 딸과 함께 타려합니다.
날씨가 안 좋은 듯해서 걱정이지만 그 나름의 고생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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