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을 종주했습니다.
1월 11일 서울 남부터미널에서 금·토 23시 30분에 중산리 버스 정류장까지 가는 부산교통 버스를 탔다.
처음엔 이 교통편이 있는걸 모르고 진주행 버스를 타고 원지에서 내려 택시를 타고 중산리까지 가려했다.
그래서 원지 택시 전화번호를 알아내서 확인차 통화하다보니 중산리까지 직접들어가는 버스가 있다는 말을 듣고는
티머니시외버스 앱으로 찾으니 없어서 pc로 예매 웹페이지에 접근하여 검색하니 날짜를 어떻게 넣으면 교통편이 있고
다른 날로 검색하면 없고 해서 부산교통에 전화하여 금·토요일에만 23시 30분에 운행한다하여
원래는 12일 밤 버스로 원지로 가서 13일 월요일 새벽부터 등산하려던 계획을 토요일인 11일 밤에 출발하는 것으로 바꾸었다.
원지에서 중산리까지 택시비 5~6만원(심야요금 적용) 정도 나올거라는 것을 절약했다.
검색하다보니 자전거길 인증수첩(국토종주 자전거길 여행) 처럼 지리산종주 인증수첩이란 것이 있다는걸 알게되어
구례군청 홈페이지에 가서 신청했다. 1만원.
버스 승객은 등산객 5명에 원지에서 서너명 하차한 손님과 시천면 덕산에서 하차한 한 사람이 다 였습니다.
도중에 금산 인삼랜드휴게소에 들렀는데 산악회에서 대절한 버스가 두 대 있었습니다.
한 대는 등산로 입구로 가는데 버스로 갈수 있는데까지 올라가더라구요.
버스에서 사람들이 내리는데 커다란 전광판에 03:25라고 시간을 밝히고 있더군요.
지리산 천왕봉은 전에 삼십 대 때 맨몸으로 물 한 병도 안 들고 올라갔다 온적이 있었습니다.
그 때 생각만 하고 가볍게 오르기 시작했는데요.
입구에서 지리산 종주 인증수첩에 붙이려고 A4 용지를 6등분하여 접어온 종이에 중산리탐방안내소 인증센터 스탬프를 찍고
화장실을 들러 오니 버스에서 내린 일행들은 벌써 올라가고 나 혼자였습니다.
혼자 산행에 사방이 깜깜하니 약간 무섭기도 하였습니다.
저 멀리 앞에서 뒤에서 헤드랜턴 불빛이 우쭐거립니다.
혼자서 한참 가다보니 옷을 너무 많이 입었는지 땀이 차고, 머리띠를 안 해서 얼굴로 땀이 흘러서
길가 평상에 배낭을 내리고 겉옷을 벗어 배낭 옆 끈에 매달고, 얼굴의 땀을 닦았습니다.
남녀 중년 일행이 스쳐지납니다.
칼바위 근처에서 뒤쫒아와 추월하는 사람들, 어떻게 된건지 모르지만 벌써 하산하는 사람들과 교행 등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왼쪽 종아리와 허벅지에 간헐적으로 경련이 일어나서 당황했습니다.
경련이 일어나긴 생전 처음입니다.
가다보니 어떤 일행인지 야야 누워서 쉬어 하는 말을 하며 쉬고 있는 일행도 있었습니다.
숨을 고르며 로타리대피소 취사장에 들어서니 벌써 너덧 명의 아저씨 일행이 식사를 하고 있었습니다.
계획에는 여기서 아침을 먹기로 했는데요. 사람들도 있고 취사장이 좁아 공간이 없어서 (미니)초코바 몇 개에 보온병에서 따뜻한 물 두어 모금 마시고는 출발하는 아저씨들 일행을 뒤따라 나섰습니다.
그 분들은 금방 시야에서 사라졌고요.
1차 위기는 여기서부터입니다. 본격 급경사가 계속되고 숨은 턱에 차고, 가슴이 이상해자는 현상이 일어나서 한참씩 서서 숨을 골랐습니다.
가다보니 이제 날이 부옇게 밝아오고 그동안 휘영청하게 주위를 밝혔던 둥근 달이 더욱 선명해지기도 했습니다.
심폐소생술을 하는 평상이 마련되어 있는 곳에서는 정말 가슴이 터질듯하여 한참을 쉬었습니다.
“조금 늦어도 괜찮아요.
남보다 더 많이
볼 수 있거든요.”라는 글이 눈에 들어오더군요.
여기서부터 좀 날이 밝아오며 시야가 틔입니다.
이제 헤드랜턴도 끄고 열 걸음에 한 번씩 쉬면서 올라가는데 또 심폐소생술 평상이 나옵니다.
지금 쯤 천왕봉에 있어야 일출을 맞을 수 있는데 천왕봉은 보이지도 않습니다.
한참을 더 가다보니 천왕봉이 언뜻 보이고, 여기서 두둥실 떠오르는 해를 봅니다.
이제는 더욱 여유 있는 걸음이 됩니다.
천왕봉 바로 밑 전망대인지에서 일출을 보고 내려와 쉬면서 주변 경관을 둘러보는 한 무리 사람들과 만나
360도 동영상을 찍었습니다.
구름이 산등성이에서 계곡으로 내려오는 장면이 장관입니다.
어떤 이는 이를 동영상으로 담으라고 난리입니다.
고지가 바로 저기인데!! 라며 다시 발걸음을 뗍니다.
드디어 천왕봉. 09시.
그런데 갑지가 싸래기 눈발이 날리기 시작합니다. 너머 공터 주변의 나뭇기지에 금새 상고대가 맺힙니다.
뿌연 안개가 확 몰려와 시야가 흐려지고 사진도 찍을 수 없는 순간도 있습니다.
너댓 명의 사람들이 순번을 정한듯이 돌아가며 청왕봉 비석을 중심으로 인증샷을 찍습니다.
어떤 이가 사진을 부탁하여 찍어주고, 나도 부탁하여 사진을 찍습니다.
한 식경 정도 천왕봉에 머무르며 사방을 찍고, 360도 동영상도 찍어 우리집 카톡방에 올립니다.
아내와 딸의 감탄이 이어집니다. 아들 둘은 보기만 하고는 전혀 노코맨트입니다.
이제 장터목대피소 쪽으로 내려서며 보니,
누군가의 각서가 어지럽게 있습니다. 사진을 찍을까 하다가 마땅치 않아서 안 찍고 그냥 내려섭니다.
좁은 바위 사이를 나서며 보니 바위에 “通天門”이란 글이 새겨져 있네요.
계속 눈발이 흩날립니다.
가다보니 뭔가 그럴듯한 바위가 우뚝!
“지리산선인(仙人)유람길”이란 안내판이 있네요. 최치원,김종직, 조식이 걸었나 봅니다.
제석봉 고사목 지대를 지납니다.
연하봉 이정표를 지나고요.영신봉이라고 생각하는 곳에 도착하니 한 무리가 왁짜하니 있네요. (촛대봉이었네요.)
드디어 세석산장도 보이고요.
종아리와 허벅지에 이는 경련과 왼쪽 다리 무릎에 통증이 일기 시작하여 오늘은 세석대피소에서 자기로 하고
벽소령대피소에서 자기로 한걸 변경했습니다. 낮 한 시 이십여분 정도되었습니다.
일찍 쉬기로 합니다.
장터목대피소에서는 점심으로 컵라면을 끓여서 가져온 햇반을 해동도 안 하고 한 술 떠서 말아 먹습니다.
위에 어디 쯤에서의 일인데요. 기록이 없네요. (제석봉을 지나 연하봉 가기 중간이 장터목대피소네요.)
방에서 쉬다가 다섯시경에 저녁을 먹었습니다.
점심에 남은 햇반을 매점에서 물을 사며 데워줄 수 있냐니까 전기 사정이 안 좋아서 자기네가 판매한 것만 해동해준다고 하여
할 수 없이 하나 샀습니다.
자는데 자리가 널널한데도 하나 건너씩 잠자리를 배정하여 옆 사람이 코를 골아서 밤새 잠을 제대로 못 잤다. 짜증.
오늘은 서울남부터미널 출발, 중산리-로타리대피소-천왕봉-장터목대피소-세석대피소 1박까지 정리합니다.
(사진은 나중에 ....)
(설 연휴에는 설악산을 딸과 함께 종주: 한계령-대청봉-희운각대피소 1박-공룡능선-설악동으로 산행할까 합니다.
어쩌면 공룡능선을 포기할수도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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