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만에 백두대간 종주에 나섰다. 역시 딸과 함께.
성삼재 가는 버스 편이 있으면 좋았겠으나, 구례군에서 반대해서 서울-성삼재 노선 버스가 없어졌다.
(검색하니 노선명은 살아 있는데 배차가 안 되고 있었다. 일시 중단 중인지...)
성삼재까지 차를 가지고 가서 주차장에 세워두고 여원재에서 택시를 타고 원점 회귀를 할까(운봉 택시 6만원)
인월면(버스터미널 앞에 공용주차장이 있다. 무료)에 주차하고 택시 타고 성삼재 가서(택시비 38,000원) 여원재까지 갔다가 거기서 다시 택시를 타고(14,000원) 인월로 올까 알아보다 인월에 주차하고 산행을 하기로 했다.
(남원시 인월면이 흥부놀부의 고향이란다. 함양 넘어가는 길 언덕에 여러 인물상이 있다. 인월이 무슨 전거가 있을 법한 이름이기도 하고 실제 뭐라는 설명을 보았지만 기억이...)
1/31일 02시에 일어나서 인월에 가니 05시 반경이었다.
싸온 아침 대용의 유부초밥을 먹고는 6시 10분 전에 택시 기사에게 전화하여 성삼재로 출발했다.
날이 덜 새서 어두컴컴했다. 꼭 2년 전에 천왕봉-성삼재 종주시에는 문을 닫았던 휴소개에 e-mart 편의점이 들어와 있었다.
주차 한 차들이 줄비하고, 마침 도착하는 차에서 등산 준비하는 이도 있었다.
준비운동을 했다. 헤드랜턴을 둘렀다.
만복대 쪽으로 가니 도로변 입구에 등산객을 파악하는 계수기 등이 설치된 통행문이 있다.
인증샷을 한 방 찍고는 드디어 산으로 들어갔다.
여타 산행에서 처럼 신선한 느낌이나 가슴이 확 터지는 감은 그리 없었다. 그냥 오랜만에 나선 등산을 한다는 맘이다.
멀리 만복대에서 헤드랜턴 불빛이 반짝이는게 보인다.
가면서 노고단 쪽이나 주위 사방을 보니 확 트여 한 눈에 들어온다.
만복대를 지나니 눈이 쌓여서 스틱이 반 이상 푹푹 빠진다.
쌓인 눈에 이름과 하트를 그려논게 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고 써논 동탄산악회도 있다.
나도 딸 이름을 써보았다. 딸은 내 이름을 썼다.
정령치 휴게소 가까이 가니 부부가 산행을 하고 있었다.
정령치 터널 위에 백두산까지의 거리가 1,363km라는 이정표가 있어 안물안궁이지만 신선했다. 그간 백두대간에서 본 이정표에 백두산까지의 거리가 표시된 이정표는 처음 보았다. 지리산까지는 37km라니 백두산에서 지리산까지 백두대간의 총길이가 1,400km라는 표시다.
정령치휴게소는 폐쇄되었다. 소변을 보고 둘러보았다.
아까 본 부부도 와서 화장실을 들른다. 부인이 무릎 보호대를 하고 있는데 혹시 파스 있냐고 물었다.
나도 미리 왼무릎에 보호대를 하고 있었지만 파스를 가져올 생각을 못 했다.
부부가 먼저 출발했고 우리는 한참 뒤에 출발했다.
(큰)고리봉에 올라서니 날씨가 완전 봄날이다. 햇볕은 따뜻하고 바람 한 점 없다. 360도 동영상을 찍어 가족 카톡방에 올렸다. 무릎이 아파오기 시작한다.
아직 열두시 전이지만 점심을 먹고 가기로 했다.
점심 후 아이젠을 신었다. 내리막에 눈이 제법 쌓였다. 계속 내리막이라 발이 밀려서 엄지발가락이 신발코에 닿아서 발톱이 아프다. 이러다 발톱이 빠지는거 아닌지 걱정이 든다. 등산화 끈 고리가 금속 고리로 끈을 통과하게 끼우게 되어 있는데 끈을 조여도 제대로 조여지지가 않는다. 제대로 만든 등산화가 아니다. 애초에 살 때 제대로 된 등산화를 샀어야했는데 몰라서 대충 산게 후회된다.
한참 내려가다 보니 아까 부부가 길가에서 점심을 먹고 있다.
고기리에서 산 밖으로 나서는데 계수기가 설치되있다.
그 옆으로 효자비, 공덕비, 사당 등이 있다. 죽 둘러보았지만 누군지는 모르겠다.
여기서 아이젠을 벗었다.
아까 본 부부가 내려와 비석군을 둘러보고는 먼저 간다.
도로와 들판을 걷는데 뭔가 위화감이 인다. 과연 이 도로가 분수계일까?
노치마을회관 옆으로 들어서니 노치샘이 있었다. 설명에 법사가 법력으로 팠다는 첫문장만 보았다.
마실수 있게 관리했으면 좋았을텐데...
아까 그 부부는 마을회관에 들어가서 파스라도 사려는지 지체하고 우리가 앞서 다시 산으로 올랐다.
초입에 너댓 그루의 소나무가 장관이다.
그런데 너무 곧추선 등산로는 너무 했다. 영각사에서 남덕유산으로 오르던 천국의 계단 보다도 더 힘들었다. 그 때는 사위가 온통 깜깜하여 멀리 동네의 불빛이 두둥실 떠 있는 듯, 정말 내가 하늘로 이어진 계단을 오르는 기분이었는데...
여기서부터는 국립공원이 아니다. 바로 옆에 구룡폭포 쪽은 국립공원이지만.
그래서 제대로 관리가 안 되고 등산로가 험한지도 모르겠다.
가다보니 덕운봉 쯤인지 산정에 웬 텐트가 세 동 설치되어 있었다. 사람은 없는듯한데 무슨 용도인지 모르겠다.
만들어 논 계단이 너무 높아서 오히려 보행을 방해한다. 무슨 거인족의 계단인가?
수정봉에 도착하니 더댓명의 어느 가족이 쉬면서 간식을 먹고 있었고 귤 좀 드릴까요 했지만 사양했다.
구룡폭포까지 얼마나 걸릴지 물었다. 한 시간이면 갈거라고 했다. 노치마을에서 한 시간 쯤 왔으니까. 정확한지는 모르겠다.
좀 쉬었다 갈까 하던 계획을 접어야했다. 이제 오른쪽 무릎까지 아파오기 시작한다.
입망치에 도착하니 이정표가 정말 화려하다. 사방팔방으로 방향 표지판이 달려있다.
갓바래봉 오르다 과일 남은 걸 먹고, 이젠 지치고 무릎 아파서 자꾸만 쉬다 보니 아까 그 부부가 앞지른다.
여원재 2.1km, 입망치 0.9km 이정표가 있는 산정에 올라서니 그 부부가 쉬고 있어서 비켜 앞섰다.
이제 출구인 여원재에 다 왔다는 안도감이 든다. 무릎도 문제고.
여원재 다 와서 웬 넓은 길이 나타난다. 길 따라 갈까 하는 잠시의 생각을 접고 대간 표지 리본을 따라 다시 산으로 들어간다.
길로 내려서기 직전 “빨간 지붕 酒馬ㄱ”이란 호객 이정표가 신선했다.
옆으로 지나면서 보니 리본이 주렁주렁 무수히 걸려있다.
아직도 200미터를 더 가야 여원재 도로에 이른다.
도로에 나서며 보니 우측에 “백두대간 여원재 휴게소” 큰 건물이 있다.
도로변에는 “雲城大將軍”(운성은 운봉을 여원재가 구름처럼 둘러싸고 있어서 붙인 이름이라고. 남원 곳곳에 이런 돌 인물상에 있네요.) 돌하루방 같은 석상이 있고, 이순신 장군 백의종군로라는 안내판이 있다.
“동학농민혁명유적지 백두대간”이란 표지석도 있고.
오랫만에 한 백두대간 종주가 마무리되었다.
택시를 불러 인월에 주차한 곳으로 갔다. 허기에 짬뽕 한 그릇 하고는 집으로 출발했다.
판교 지나 서초에 들어서니 눈발이 날리기 시작했다. 마침 맞게 잘 돌아왔다.
(사진은 추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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