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종주 자전거길(7일째)
3일에 서해갑문에서 낙동강하구둑까지 주파한다는 분들의 글도 있지만 저는 그런 의도로 하는 여행은 아니기에 천천히 주유했습니다.
요즘 무슨 게으른**이 유행인데 뭐 그러려고 그런거는 아니지만 서해갑문의 633광장을 떠난지 7일만에 낙동강하구둑에 도착한건 충분히 게으른 여행이다. 하긴 시간도 체력도 받쳐주지 못할거지만.
하여간 28일은 알람을 05:15분에 맞추고 잤다.
그러나 이미 훨씬 전부터 사람들의 소란으로 잠이 깼다. 어제 젊은이 서넛이 묵었는데 내가 자전거를 꺼내러 보관소에 가보니 이미 자전거를 넣어 놓았던 보관실 문이 활짝 열려 있었다.
어쨌건 오늘은 06시경에 출발하여 강둑을 달리다 보니 기분이 절로 상쾌해질 때
어느덧 합천창녕보가 저 멀리 보였다.
그런데 이게 보이는 것처럼 금방 도착할수가 없었다.
조금가니 좌측에서 황강이 합류하며 길을 크게 우회시킨다.
쭈악 열린 강둑을 달리다 보니 “국토종주 길 아님” 팻말이 앞을 막고는 웬 우산목장이란 건물 사이로 흐린 파란선 유도 표시가 보인다. 대규모 우사의 냄새 속에 급격한 경사에 끌바하며 올라갔다. 너머엔 기존 여행기들에 나오는 무심사가 있었다.
좀 더 가서 다시 자전거를 타고 정상에 도달하니 자전거길 20경인지 하는 안내판이 있었지만 키 크고 빽빽한 나무들이 전망을 가려 풍광을 즐길수 없었다. 오히려 내려가다 듬성듬성 보이는 풍경이 나았다.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도 있는 법.
이어 무심사에는 급경사 내리막이어서 끌바했다. 내리막 급경사가 더 겁난다.
경내로 내려서니 아침 예불인지 그 예의 스피커 독경 소리가 난다. 이런 소음의 기계소리 보다는 낙산사의 생음악 독경 소리는 성의 있어 보이고 좋았다.
(그런데 난 왜 이 복전함에 1만원권 지폐를 넣었을까? 유명한 절간에 가도 헌금을 안 했는데...)
신도인지 젊은이가 다소곳이 합장한다. 난 고개 숙여 인사했다.
얼마간 가다보니 급한 오르막 정상에 데크 다리가 시작되는데 외국인 젊은이 둘과 아가씨 하나가 쉬고 있다 인사한다.
나도 오늘은 만나는 모든 사람에게 인사하기로 작정한 터여서 반갑게 인사했다.
여기는 근처에 공단이 있어서 공장에 근무하는 사람들이 일요일이라고 나들이 나온 모양이다.
이제 우리나라도 외국인 아니면 제대로 안 굴러가는 부분이 꽤 있음을 실감한다.
중앙119구조본부 옆의 끝 없이 뻗은 곧은 길이 무언가 인생사 한 마디 하는 느낌이다.
이어 다람재 정상.
다람재 정상에서 방금 지나온 도동서원이 있는 마을을 내려다 본 풍경
비슬산 명품 산악자전거길 안내판도 있었다.
그런데 이 때 빗방울이 한 두 방울 떨어지기 시작한다. 오늘 일기예보에 한 때 비가 오는 거로 나왔었는데 그 비인가 하여
준비한 일회용 우비를 입고 비닐로 가방을 쌀까 어쩔까 망설이다, 가다가 비가 더 내리면 그 때 하기로 하고 황망하게 다람재를 내려갔다.
달성보에 도착하여 매점에서 아침으로 도시락을 먹음.
가다보니 옥포읍 강변에서 모형비행기를 날리며 묘기를 부리고 있었다. 옆에서는 모형자동차로 트랙을 돌고 있다.
정말 로드는 따라갈수가 없다. MTB의 한계인지 체력의 문제인지 모르겠다.
강정고령보가 가까워지자 길 옆에 가야시대 상징 유물들을 모형으로 전시해 놓고 있었다.
이 때가 11:30경. 생각 보다 쉽게 진행되고 있다.
그런데 강정고령보인증센터가 지도(행복나눔 앱)에는 매점 있는 위치에 표시되어 있는데 실제는 공도교 건너자마자 있었다.
트윗으로 수정 요청했는데 어떨지 모르겠다.
이후 칠곡보를 향해 질주.
13:40경 도착.
인증부스에 붙여둔 공지에 보니 마침 일요일에 인증센터 업무를 한다고 한다.
아가씨에게 인증수첩을 건네며 인증을 요청. 잠시 기다리라며 물을 한 병 준다. 세심하다.
이로써 국토종주 7만 2천 916번째 종주자가 되었다. 아가씨의 축합니다에 감사합니다로 응대. 웬지 뿌듯. :-)
매점에서 샌드위치 등으로 늦은 점심.
빠꾸로 왜관으로 가서 귀가할까도 생각했지만,
그러면 서해갑문에서 내려왔던 나와 낙동강하구둑에서 올라온 내가 만나지 못 하는 일이 되기 때문에
구미터미널에 가서 내려온 나와 올라온 내가 만나서 함께 귀가하기로 했다.
이로써 이레에 걸친 국토종주를 완주했다: 아라자전거길 서해갑문 633광장에서 3/18일 밤에 출발해서 내려온 나와
4/28일에 낙동강하구둑에서 올라온 내가 구미터미널에서 만나면서 끝냈다.
(흠결은 있다: 굴포천 합류지점~한강갑문, 밝은광장~오빈역, 점촌터미널~상주상풍교 구간)
앞으론 금강과 영산강을 마쳐서 일단 4대강종주를 완료할 생각이다.
국토완주그랜드슬램은 어찌 될지 장담할수 없다.
(사족)
집에 와서 국토종주 메달을 신청하려고 우리강이용도우미 홈페이지에 가서 로그인하고 인증내역을 보려했지만
아무런 것도 안 보였다.
그래서 무슨 업무처리가 이 모양인가 하며 명예의전당에 등록도 하고 했지만
그래도 종주 내역이 안 뜬다.
할수 없이 건의게시판에 종주내역이 안 뜬다며 글을 올리고는 잤다.
29일 다시 접속해서 보다가 개인정보 페이지에서 종주수첩 등록이 안 된 것을 발견하고는
시리얼넝버를 등록하니 종주내역이 주륵륵 뜬다. ㅋ
얼른 건의게시판의 글을 삭제.
메달 신청을 했다.
자전거행복나눔 홈페이지에만 종주수첩을 등록하고 우리강이용도우미에는 등록 안 한 것을 모르고 엉뚱한 삽질을 했다.